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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Inside

왜 블루베리는 산성토양에 심어야 할까? 블루베리의 적정산도에 대해 알아보자

by 자연 그림 2025. 2. 25.

블루베리를 처음 재배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아마도 토양 산도에 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블루베리는 심을 때부터 다른 작물과 달리 산성(pH4.5~5.5) 토양에 심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산도 관리도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 블루베리를 산성토양에서 키워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 하는 것처럼 너무 당연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한 종의 물고기만 물 밖에서 살고 있다면, 왜 그런지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블루베리는 왜 척박한 산성토양을 좋아하고, 다른 작물들과 달리 중성 토양에서 생육이 나빠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루베리가 자생하는 서식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재배되는 환경이 아니라 블루베리가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자생지의 환경을 살펴보면, 본래 블루베리가 좋아하는 환경의 특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블루베리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입니다. 블루베리는 20세기 초 상업적인 재배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자생하던 식물이었습니다. 이들 자생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pH4.5~5.5 정도의 유기물이 풍부한 산성토양임을 알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미국 동부 습지의 북부 하이부시 블루베리 자생지나, 캐나다 동부의 로우부시 블루베리 군락지 등 자생지 대부분이 산성토양(pH4.5~5.5)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블루베리가 주로 스파그넘 이끼로 이루어진 이탄층에서 서식하기 때문인데요. 오늘날 블루베리 재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피트모스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소개드리겠습니다. 

결국 이러한 자생지 서식환경을 볼 때, 블루베리는 산성토양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루베리는 왜 척박한 산성토양을 좋아할까?

 

1) 진달래형 균근(Ericaceous Mycorrhiza)과의 공생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균근이라 불리는 곰팡이 혹은 미생물과 공생관계를 맺고, 뿌리의 한계를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블루베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균근을 통해 인(P), 미량원소 등의 양분과 물을 흡수하거나 병해충에 대한 방어체계를 갖추기도 하는데요. 주로 내생균근(AMF) 또는 왜생균근(ECM)으로 분류되는 균근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루베리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진달래형 균근(ERM)과 공생하며 살아갑니다. 
 
진달래형 균근은 다른 균근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산성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균근들은 중성 환경에서 활발히 활동하지만, 진달래형 균근은 오히려 중성 환경에서는 활동성이 떨어지고, 산성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 역시 진달래형 균근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진달래형 균근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산성환경에서 최적의 생육을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블루베리 뿌리의 구조적 한계

 
블루베리는 일반 다른 식물들과 달리, 태생적으로 뿌리에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뿌리털'이라 부르는 '근모'가 없거나 거의 퇴화한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이 뿌리털(근모)의 역할은 토양 내에서 양분과 수분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블루베리는 뿌리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작물에 비해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낮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블루베리는 다른 작물들처럼 깊고 널리 뻗어, 양분을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굵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지표면에 가까이 퍼지는 천근성 뿌리로, 가늘고 섬유질이 많은 약한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직접 유기물을 분해하거나, 난용성 무기질을 흡수하는 등의 능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결국 블루베리가 가진 뿌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진달래형 균근과의 공생입니다. 진달래형 균근이 뿌리에 공생하면서 뿌리털의 역할을 대신하고, 유기물을 직접 분해해서 양분을 공급하며, 토양에서 난용성 무기질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다른 작물에 비해 무기질 비료에 대한 반응이 크지 않고, 오히려 진달래형 균근이 좋아하는 유기물이 풍부한 산성환경에서 최적의 생육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3) 질산태 질소가 아닌 암모늄태 질소를 선호한다

블루베리는 일반적인 식물들과 달리 질산태 질소(NO₃-)를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암모늄태 질소(NH₄+)를 주로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소는 식물의 생장에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원소인데요. 주로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방출되는 질소를 흡수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이 키우는 작물의 경우, 주로 퇴비나 비료를 통해 공급되겠죠.
 
하지만 토양 내에서는 유기물이 분해되거나, 암모늄태 질소가 공급되더라도 미생물에 의해 질산화 과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질산화 과정이란 "암모늄태 질소"가 분해되어 "질산태 질소"로 변하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문제는 이 질산화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암모늄태 질소가 금방 질산태 질소로 변해버린 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암모늄태 질소를 주로 흡수하는 블루베리 입장에서는 질소를 얻기 어렵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블루베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성환경을 선택하였습니다. 
 
산성토양에서는 미생물의 활동이 둔화되고 질산화 과정이 잘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암모늄태 질소가 토양 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가 산성토양에 적응하기 위해 암모늄태 질소를 흡수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암모늄태 질소를 흡수하기 위해 산성토양에 살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암모늄태 질소를 선호하는 블루베리는, 토양 내에 암모늄태 질소가 더 오래, 더 많이 남아있는 산성토양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4) 미량원소를 좋아하는 특성

 
블루베리를 재배하다 보면, 블루베리가 다른 작물에 비해 미량원소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지만, 이는 절대량이 많다는 말이 아니라, 민감성이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조금만 부족해도 쉽게 결핍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철(Fe)'이 부족하면 황화현상(철결핍)이 쉽게 발생하고, '망간(Mn)'이 부족하면 생육이 저하되며 잎이 옅은 녹색에서 노랗게 변하는 망간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량원소 결핍현상도 토양 산도가 높아졌을 때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바로 미량원소의, 산성토양에서 가용성이 높고 중성에 가까울수록 불용화되는, 특성 때문에 토양 산도(pH)가 조금만 높아져도 철(Fe)과 같은 미량원소의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게다가 블루베리는 특히 철(Fe)과 망간(Mn)의 흡수 능력이 낮기 때문에 pH가 5.5 이상으로 올라가면 더 쉽게 미량원소 결핍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미량원소를 좋아하고 민감성이 큰 블루베리의 특성상 산성토양이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블루베리가 산성토양을 선호하는 이유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어쩌면 블루베리는 산성토양에 최적화된 식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블루베리를 pH가 높은 토양에서 재배하게 되면 생육이 급격히 저하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수확량도 줄어들 뿐 아니라 과일의 당도와 크기도 감소하게 됩니다.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칠레, 일본, 이스라엘 등 대부분 국가에서 블루베리 재배 시 pH4.5~5.5 범위의 토양 산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블루베리가 산성토양을 선호한다는 것은, 블루베리의 많은 생리적 특성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인과관계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블루베리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블루베리의 생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본으로부터 시작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