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농장에서 일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지금은 날씨가 어떤지도 모른채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하우스 농사를 짓다보니 좋을 때도 많지만, 비오고 눈오는 날에도 쉬지 못한다는건 말 못할 아쉬움이네요.
그래도 오늘처럼 따뜻한 날에는 '벌써 봄인가?' 착각이 들만큼 설레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새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어떤 내용들을 다루면 좋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정보나 학습에 관한 내용이 되겠지만, 그래도 나의 하루하루 일상을 남기면, 누군가와 소통도 하고, 적어도 영농일지 처럼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일상글도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쓰게 된 첫 일상 글이, 지금 이 글이네요. 그럼 첫 글이니 만큼, 먼저 저의 대략적인 하루 일과와 간단한 농장 소개는 드리고 시작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하루의 시작은 보통 새벽 4시 정도인거 같습니다. 아직 아침 잠이 없어질 정도의 나이는 아니지만, 몇 년 전 우연히 맛 본 평온한 아침의 여유를 잊지못해 일찍 일어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바쁜 일상 가운데, 혼자 커피 향을 맡으며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느껴지는 행복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물론 밤의 시간은 포기해야 하지만요...
농장에 일하러 가는 시간은 8시 정도입니다.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아주 여유롭죠. 하지만 벌써 몇 일 사이에 해가 점점 일찍 뜨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이 끝나가고 해가 길어지기 때문이겠죠? 몇 개월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5시 반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여유가 그리울 것입니다.
농장은 크게 3군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두 곳이 블루베리 농장이고, 나머지 한 곳은 애플망고 농장입니다. 전부다 연동형 비닐하우스예요. 다 합치면 5천 평이 조금 넘는 규모입니다. 겨울에는 난방을 하다 보니 매달 난방비가 천 만원 가까이 나옵니다ㅠ 난방은 등유 온수보일러와 전기 열풍기를 동시에 가동하는데요. 혹시 한 쪽에 문제가 생겨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두 가지 방식으로 난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하루 일과는 계절마다 달라지지만, 요즘같은 겨울에는 특히 하우스를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다겹 보온 커튼을 걷고, 온도가 20도 정도 되면 이중 비닐을 걷고, 30도 이상 되면 일중 비닐을 조금 열어주는 등의 온도관리 때문입니다. 해가 지는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온도에 따라 순서대로 하우스를 내려줍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팜 설비를 통해 편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블루베리 농장은 다소 노후되고 늘 상주하다보니 필요성을 못느껴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애플망고 하우스에는 스마트팜 설비를 해서 편하게 관리하고 있네요^^
오늘은 오전에 애플망고 하우스에 가서 나무에 물도 주고, 약도 살포하였습니다. 총채벌레와 진딧물, 잿빛곰팡이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죠.
원래 블루베리에 이어 애플망고도 친환경으로 재배하기 위해 여러해 동안 노력해봤는데요... 총채벌레 때문에 결국 항복하고 말았습니다ㅠ 특히 작년에 새순들이 거의 전멸 당하다시피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요. 님오일부터 천적활용까지 정말 많은 친환경 방제법을 적용해보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슬프지만... 정말 하고싶었던 친환경 무농약 재배는 당분간 내려놓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꼭 나중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풀을 키워 재배하는 초생재배만큼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이 부분도 한번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망고하우스에서 작업을 마치고 블루베리 하우스로 옮겨왔습니다. 지금 한창 벌들이 다니면서 수정을 하고 있는 시기네요. 여기저기서 벌들이 웅웅거리며 바쁘게 다니고 있습니다. 하얀 꽃잎이 있는 것은 아직 수정이 안된 거구요. 꽃잎이 떨어진 게 수정된 것입니다. 수정이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꽃받침 아래부분이 점점 커지는데요. 이게 두 달 정도 지나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잘 익은 블루베리가 됩니다. 여기에서는 제법 커진 열매들도 있으니 대략 4월 초순 정도부터 수확이 시작되겠네요.
농장 한쪽에서는 아버지께서 배수로 작업을 하시는 모습입니다. 배수관 크기에 비해 굴착기가 작아 힘들었지만, 부자간의 협동작전으로 배수관 4개를 매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연세가 있으셔도 아직 못하는 일이 없으시네요^^
배수로 작업 후에는 망고 실험동에 가서 물도 주고, 살균제도 살포하였습니다. 망고 실험동은 80평 규모로, 애플망고와 R2E2망고를 심어서 재배가 가능한지, 수익성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4년 전에 만들었습니다. 블루베리 하우스 한 쪽에 급하게 만들어서 공간도 좁고, 높이도 낮아 망고 재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망고 실험동 덕분에 망고도 원없이 나눠먹고, 공부도 하고, 작년에 신축한 망고하우스에 들어간 1,400여 주의 묘목도 모두 직접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나중에 자가 묘목 생산이나 하우스 자가 시공 등에 관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그 내용도 자세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농장에서 대략 이런 일들을 하면서 보낸 것 같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하우스 온도관리, 블루베리 꽃솎기, 잡초관리, 망고 수형잡기 등의 일들을 반복하며 지낼 것 같은데요. 틈틈이 공유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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