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도 사람의 혈관처럼 물과 양분을 운반하는 통로가 있는데요. 바로 물관(Xylem)과 체관(Phloem)입니다. 물관과 체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혹시 이런 분들을 위해 물관과 체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특징과 나아가 접목할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물관이란?
물관은 이름 그대로 물이 흐르는 관을 말합니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이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이동 통로이죠. 이 물관은 대부분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때문에 세포벽이 두껍고 단단해서 나무의 뼈대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나무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길고 가는 관다발의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이 물관은 수도관처럼 한 방향으로만 이동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뿌리압과 잎의 증산작용을 이용해 물을 잎 끝까지 끌어올립니다.
이 물관은 마치 우리 몸의 동맥과 비슷합니다. 만약 우리 몸의 동맥이 막히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세포가 죽는 것처럼, 물관이 손상되면 나뭇잎이 시들고 나무가 점점 말라갑니다.
2. 체관이란?
체관은 우리 몸의 정맥과 같습니다. 잎에서 만든 영양분(주로 당분)을 나무 전체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체관은 물관과 달리 대부분 살아있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관보다 더 섬세한 조직입니다. 게다가 물관과 달리 일방통행이 아닌, 위아래로 양분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양방향 통행입니다.
주로 물관보다 바깥쪽, 껍질에 가깝게 위치하며, 마치 우리 몸에서 소화된 영양소가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지는 것처럼,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3. 물관과 체관의 구분
물관과 체관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위치로 구분하기
물관은 주로 나무의 중심부에 위치하지만, 체관은 나무의 겉 부분에 위치합니다.
2) 역할로 구분하기
물관은 뿌리에서 잎으로 한 방향으로만 물을 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체관은 잎에서 만든 영양분을 위아래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3) 형태로 구분하기
물관은 주로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튼튼하고 두꺼운 형태를 지니지만, 체관은 주로 살아있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얇고 부드러운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4) 손상 시 반응 차이
물관이 손상되면, 물 공급이 끊기기 때문에 잎이 시들고 나무가 말라가지만, 체관이 손상되면, 잎은 멀쩡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가 점점 약해지게 됩니다.
4. 접목에서 물관이 중요할까? 체관이 중요할까?
과수 재배에서 원하는 품종을 얻기 위해서, 혹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접목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형성층인데요. 형성층은 물관과 체관 사이에 있는 아주 얇은 세포층을 말합니다.
이 형성층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의 피부가 다쳤을 때 새로운 세포가 생겨 상처가 아물듯이, 접목할 때 형성층이 맞닿으면 새로운 물관과 체관이 형성됩니다.
때문에 접목을 할 때, 형성층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체관의 연결이 더 중요합니다.
- 물관은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쉽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 반면, 체관은 살아있는 세포로 되어 있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영양분이 이동하지 못해 접목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 체관이 연결되지 않으면 접목 부위 위쪽으로 당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새 가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수술을 받을 때 피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해당 부위가 괴사 하듯이, 체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접목 부위가 마르면서 죽게 됩니다.
때문에 접목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형성층을 최대한 맞추고, 체관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작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치며
식물의 물관과 체관에 대해 많이 듣고 알고는 있었지만, 저도 막상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과수를 재배하다 보니, 접목을 자주 하게 되면서 성공과 실패의 이유가 궁금하던 차에 당연한 원리가 때로는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